유流월月

              이복규

하늘을 보며 그늘을 만진다

당신이 멀리 있어 그리움이 흐른다

보여주고 싶지 않은 마음

그늘 아래 묻어 두고

유월을 걷습니다

푸른 잎들이 만들어 놓은

그리움의 핏줄

당신에게 흘러 갑니다

당신 만나고 돌아오는 바람에게

손을 뻗어 봅니다

아무도 모르게 미소 짓는

유월

<감상>

시제가 ‘흐르는 달’이다. 대체로 ‘달이 흐른다’고 말함은 흐르는 구름으로 달(moon)이 가는 것처럼 표현되는 것을 말한다. 유명한 박목월의 “구름에 달 가듯이”로 알 수 있듯. 그러나 이 시에선 구름이 배치되어 있지 않고 밤의 모습도 없으므로, 달은 시인의 가슴 속에 품고 사는 대상으로 이해된다. 이런 모습은 시의 끝부분 ’미소 짓는 유월‘의 ’유월‘에서 더욱 확실히 느낄 수 있다.

시는 <유流월月>이라는 시제에 따라 ‘흐른다’, ‘걷습니다’, ‘갑니다’로 그 일관성을 보여주고 있으며, 그리움과 안타까움, 부끄러운 마음들이 <流月>의 모티브로 시 전편에 흐르고 있다. 4연의 ‘바람’도 이 흐름의 범주 속에 서술되고 있다고 봐야 한다. 이러한 시인의 감상은 조그만 시냇물처럼 조롱조롱 흐른다. ‘멀리 있는 당신’에 대하여 구체적으로 해석하려 노력하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는 일이나, 필자는 어머니에 관한 시인의 시가 다수 있는 점을 감안하여 ‘시인의 어머니’로 상상하여 보는데, 그렇다면 ‘유월’은 어머니의 분신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게 ‘어머니’와 “~합니다”체에 주목해 본다면, 이 시에서 국민시인 윤동주의 시적 체취와 풀꽃처럼 고운 감상을 느낄 수 있다고 본다. 봄이 오는 길목, 쉽고도 좋은 시 한 편을 조곤조곤 되읽으며 잠깐의 멍에 잠긴다. - 김용호 시인

이복규 프로필

경남 산청생

<서정문학>2010년 등단

한국작가회의 회원

시집 : <아침 신문>,<슬픔이 맑다>,<사랑의 기쁨>

2021년 거제유튜버협회 초청강의(10회)<시와 삶의 행복 창작법>

현재 거제고등학교 국어교사로 재직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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