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다리쑥국

              청운 강성세

낮과 밤이 같다는 날

학동의 몽돌밭은

옛날과 다를 게 없을 텐데

쓸쓸한 세월에 곰삭은 꿉꿉한 바람

휙 쓰고 버린 티슈처럼 불어오고

쓰레기통에 내가 구겨 던진 연서戀書

다시 펴서 읽어 보는

그런 느낌을 끌고 찾아간

옛날의 그 식당

주인이

아니면 세상이 바뀌었는지

썰렁한 오후는 테이블에 가득한데

기다려 차려진 성찬

도다리쑥국

아쉽고 서러운 것이

올라오다 그랬는지 내려가다 걸렸는지

구수한 국물에도

목 쉰 듯 맺혔습니다

무슨 장난 같은 눈물

핑 돌아 맺힙니다

<감상>

삶, 중년의 쓸쓸함이 여기저기서 흘러넘친다. ‘쓸쓸한 세월에 곰삭은 꿉꿉함’은 도대체 어떤 느낌을 말하는가. ‘쓰고 버린 티슈’, ‘구겨 던진 연애편지를 다시 읽어 보는’ 이 꿀꿀함은 어떤 종류의 멜랑꼴리인가. 그런 느낌을 그림자로 끌며 여행자는 옛날 기억의 식당을 찾는다. 영화의 한 장면이 따로 없다.

춘분의 날에 시인은 옛 추억의 바닷가, 학동의 몽돌밭에 가벼운 마음으로 들렀을지 모른다. 그러나 막상 그 자리에서 맛보는 썰렁함이란, 달리 서러울 것도 없는 아릿한 멜랑꼴리 느낌이 돋아났음이 틀림없다. ‘썰렁한 오후가 테이블에 가득’의 묘사는 무슨 비유법인지 따질 이유도 없는 참으로 감각적인 표현이다.

그러나 압권은 마무리의 3연이다. 별로 서러울 것도 없는 같은데, 그 구수한 도다리쑥국 국물에도 ‘아쉬운 것이 묵 쉰 듯 맺혔’다니. 중년이 넘은 나이에 무슨 ‘장난 같은 눈물이 핑 돈다’니……. 서정주시인의 “그것도 목이 쉬어 남았습니다”의 구절이 연상되는 멋진 마무리 솜씨다.

청운 강성세 프로필

※경상국립대학교 학사

※국립부경대학교 석ㆍ박사

※Arimco 연구소장

※부경대 인제대 동주대 동의대 객원교수

※경일문화원 회원

※시사모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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