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월이 펼쳐진다

윤효경

봄인 듯 아닌 듯 삼월을 보냈다

아무런 사연 하나 없이

겨울을 제대로 털어내지도 못한 채

보내고 말고도 없이

삼월은

또 하나의 과거되어 떠나버렸다

정돈 안 된 나를

마지막 잎새처럼 떨구어 버리고

아

혹독했던 계절들

이제

마른 가지마다

푸르름이 넘쳐 오르고

엷은 안개와 몇 줄기 이슬들을 모아

삶의 활기를

위로 위로 밀어 올리리라

성급한 나무는

잎보다 꽃을 먼저 피워대고

발그레 수줍다가 천방지축 터져나는

사월이 펼쳐진다

<감상>

계절을 노래하는 시는 아마도 봄이 제일 많을지 싶다. 가을의 고즈넉한 정취를 읊는 것도 좋고도 많지만, 계절을 직접적으로 예찬하는 것은 봄이 최고일 것이다. 3월은 봄이 시작되는 달인데도 시인은 ‘겨울도 제대로 털어내지 못하여 정돈도 안 된 채, 어수선한 과거로 되어버렸다’고 아쉬움을 밝히는데, 이는 4월을 예찬하기 위한 좋은 전주의 모습이다.

‘혹독했던 계절들’이라고 강한 어조의 한탄으로 시의 전반부가 끝나고 후반부의 찬란한 4월이 시작됨을 알리고 있다.

안개와 이슬들을 모아 ‘위로 위로, 가지로 가지로’ 밀어 몰려 푸르름을 싹 틔우는 계절을 노래한다. 시인의 겨울을, 사연 하나 없는 사연을 따질 필요도 이유도 없다. 힘찬 4월을 노래하면 되는 것. ‘발그레 수줍다가 천방지축 터져 나오는’의 구절은 시 전체의 대단원을 이루는 예찬, 그리고 축소판의 한 모습이다.

말랑한 고무공처럼 통통 튀는 시인의 사월에 나도 덩달아 공감에 동참한다. <김용호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