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울 밤의 꿈

정귀숙

별을 품지 못한 이들

마음 가득히

하늘 높이 날아

잠시 머물렀다가

사라지는 꿈

장승포 밤바다 위에

수천 송이 별빛으로

화려하게 피었다가

지는 아쉬움

밤하늘 소용돌이치는

회오리 빛 사이로

우리가 왔던

머나먼 곳이 떠올라

품어보는 그리움

<감상>

겨울의 항구, 장승포항에서 불꽃놀이의 행사가 펼쳐지는 모습인 것을 단번에 알겠다. 폭발음과 더불어 소란스러울 법도 한데, 시인은 이에 휩쓸리지 않고 차분한 감성을 시로 보여주고 있다.

시는 하늘 높은 곳에서 시작한다. 별에 대한 이미지는 무슨 설명이 필요할까. 잡을 수 없이 아스라한 대상으로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의 윤동주 시인이 당연히 떠오른다. 시인은 모든 이들의 가슴 속, 별을 품고자하는 열망이 그러나 ‘잠시 머물렀다가 사라지는 꿈’이라고 ‘찰나적인 불꽃’을 연상하여 안타까워하고 있다.

2연에서 불꽃놀이의 실체적인 모습을 그려놓은 구성은 음미할 만하다. 독자들의 시선을 ‘별’, ‘하늘 높이’에서 ‘밤바다’로 마치 카메라가 움직이듯 유도하는 모습이다. 3연에서는 오히려 시상이 먼 곳으로 향한다. 불꽃의 명멸(明滅)에서 시인은 존재에 대한 원초적인 그리움을 읽어낸다. ‘우리는(나는) 어디에서 왔으며, 과연 여기에(현재) 실존하고 있는가?’라는 하이데거의 명제를 떠올리게 한다.

겨울 밤바다에서 펼쳐지는 불꽃의 축제. 1연의 ‘사라지는 꿈’과 2연의 ‘아쉬움’, 3연의 ‘그리움’으로 단정하게 정리한 모습과 그렇게 전이되는 시상의 전개는 참으로 미려(美麗)하여 몇 번이고 읽어도 걸리는 부분이 없는 예쁜 시다. -김용호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