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총새

윤 효 경

뭐가 지나갔지……

비 오는 바다 건너

따뜻한 나라에서 겨울을 견디던 그는

빗방울 속에 스민 기억의 내음을 더듬어

그리웠던 고향 개울을 찾아온다

먼 길을 날아 온 설레임도 뒤로 하고

아침 바람 일렁이는 실버들 그늘에서

고개를 곧추세워

과녁을 응시하는 화살인 듯

수면에 물그림자 일렁이는 그 순간

총알처럼 뛰어드는 전사

저렇게 용감한 삶이라면 사랑인들 마다하랴

요술이라도 부린 듯

색종이처럼 푸른 광택을 빛내며

다시 정지비행

오로지 사랑을 향하여 또다시 뛰어든다

<감상>

물총새. 그 이름부터 범상치 않은데, 물을 총처럼 쏘는 것이 아니라 물에 총알처럼 뛰어드는데서 붙여진 이름으로 생각된다. 맑은 푸른색으로 곱게 치장하여 물가의 바위나 나뭇가지에 깐족거리며 앉아 물고기 노리는 모습을 여름철에 볼 수 있다. 그의 고운 자태와 날렵하게 물로 뛰어드는 모습에 가던 길을 멈추고 한참을 바라보았던 기억이 난다.

시의 첫 연은 단 한줄기다. 날렵한 그의 비행을 시인은 “뭐가 지나갔지?”라는 한마디로 정리하는 도입부가 산뜻하다. 이어서 물총새가 겨울을 지나 그가 태어난 고향의 물가로 연어처럼 회귀하여 실버들 그늘에서 고개를 곧추세워 물속의 물고기를 응시하는 모습을 그려내고 있다. “과녁을 응시하는 화살”처럼 탱탱하게 긴장한 그의 모습이 느껴진다.

자신이 태어난 고향에 돌아와 곧 짝을 지어 2세를 길러내는데 있어 핵심 동인(動因)이랄 수 있는 ‘사랑’이라는 매재(媒材)를 시인은 상정한다. 저렇게 용감한 삶, 또 다시 뛰어드는 끈질김이라면 한 세상 충분히 살 가치가 있는 것이다. 사랑을 통하여 2세를 훌륭히 키워낼 자격이 충분한 것이다. 푸른 광택을 햇빛에 번쩍이며 찰나에 뛰어드는 그의 모습은 진실로 요술과 같은 것이며, 오로지 사랑을 위해 총알이 되는 물총새에 경탄을 보내게 된다. - 시인 김용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