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미성과 천국의 문

옥명숙

이토록 처절한 투쟁이라면

예술보다도 훨씬 거룩하다

태풍 매미는

인간을 혹독하게 시험하였지만

보라 여기

고난을 딛고 십 수 년을 견뎌

쌓아올린 의지의 성을

바늘의 귀보다 좁다는 천국의 문

그에게는 남대문보다도 더욱 넓을 것이다

오늘 여기

바다를 배경으로 오르고 있는

천국의 계단이 보이는 카페 맴맴에서

매미성 그 너머의 바다와 거가대교를 조망하며

내가 하였던 약속과

내가 받았던 맹세와

내가 버렸던 길들을

가방 속에 무엇을 찾는 듯이 뒤져보고 있다

결국 아무것도 골라내지 못하는 나에게

향긋한 아메리카노가 걸어와 놓였다

<감상>

미안한 이야기지만, 아직 매미성에 가보지 못하였다. 그러나 많은 매체에서 소개되었고 또 이야기로 전해 들어서 그 사연과 풍광은 잘 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이 시를 보니 매미성 가까이에 매미의 울음소리인 ‘맴맴’의 카페가 열린 모양이니 책상에 앉아 있는 이 밤, 향긋한 아메리카노가 그리워진다.

엄청난 태풍으로 쓸려가 버린 터전을 거의 이십년 동안을 홀로 바다를 막으려 성을 쌓은 집념을 어떻게 말과 글로 다 말할 수 있으랴! 그러나 시인은 단 한마디로 다 말하고 만다. ‘예술보다도 거룩하다’ 이 이외에 그 무슨 말이 더 필요할까! 부자들에게는 낙타가 바늘을 통과하듯 하다는 천국의 문, 매미성을 쌓은 집념이라면 남대문보다도 더욱 넓은 천국의 문일 것이라고 갈파하고 있다. 시인의 통찰이자 예언이다.

그런 집념, 천국의 계단 앞에서 시인은 자신을 되돌아본다. 약속과 맹세와 포기하였던 길들을……. 주섬주섬 찾는 듯 뒤져보지만 결국 허탈해지는 씁쓸함만 남은 것 같다. 의지의 매미성과 화자(시인)의 범속한 삶의 궤적이 좋은 시적 대비를 보여주는 쓸쓸함을 향긋한 아메리카노가 시인을 달래주고 있다. - 김용호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