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없는 아이와 부모의 역할

어떻게 자기를 낳아준 부모를 살해할 수 있을까? 어떻게 자기를 가르치는 스승을 폭행할 수 있을까? 도대체 믿어지지 않는다. 그러나 현실이다. 이 끔찍한 일이 처음도 아니다. 우리시대의 비극이다. 이런 일련의 일들을 보면서 우리 부모들은 자녀들을 위해 할 일을 보다 깊이, 보다 근원적으로 생각해 보아야 한다.

자녀를 잉태해서 출산하는 일 보다 성스럽고 고귀한 일은 없다. 서양격언에 “천칭(天秤)에 지구와 사람을 올려놓으면 사람을 올려놓은 쪽이 더 무거워서 기울어진다”는 말이 있다. 사람의 생명과, 인간의 존재의 귀함을 강조하는 말이다. 낳는 일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기르는 일이다.

우선 튼튼하게 길러야하고 바르게 길러야하고 착하고 슬기롭게 길러야 한다. 부지런하게 길러야하고 검소하게 길러야하고 겸손하게 길러야 한다.

가르치는 일 또한 마찬가지로 중요하다. 어쩌면 가르치는 일이야말로 부모의 역할 가운데 가장 중요한 역할이 될 것이다. 옳게, 깊게, 넓게, 넉넉하게 가르쳐야하고 의롭고 인자하고 예의바르게 가르쳐야하며 남을 위하고 사회를 위해 봉사하고 희생하고 헌신할 수 있는 사람으로 가르쳐야 한다. 가르치는 일은 쉽지 않다, 그러나 사람답게 가르치는 일은 더욱 쉽지 않다.

가정에서 부모가 할 수 있는 교육의 기능을 손꼽아 보면 첫째가 생활교육, 둘째가 예절교육, 셋째가 안전교육, 넷째가 감정교육이다. 우리네 가정에서 부모들이 이러한 교육의 기능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

가정에서 해야 할 교육기능을 부모들 스스로가 외면하거나 포기하고 있다. 잠자리 보기에서부터 옷 입는 일, 밥 먹는 일, 책가방 챙기는 일, 심지어는 연필 깎는 일, 학용품 사는 일까지 자상(?)한 엄마가 모두 해준다. 먹고 싶은 음식, 입고 싶은 옷, 갖고 싶은 장난감도 유감없이 마련해 준다. 부모는 노예처럼 전략하고 자녀는 황제처럼 군림하면서 삐뚤어지게만 자란다. 생활교육이 제대로 될 리가 없다.

할아버지나 할머니가 돌아 가셨는데도 울지 않는 손자손녀가 수두룩하다. 울지 않는 것이 아니라 울 줄을 모른다. 슬프지 않는데 어떻게 울겠는가. 아버지와 어머니가 슬프게 목을 놓아 우는 것이 오히려 이상해서 “아버지 왜 울어?. 엄마 슬픔이 뭔데?”하는 ‘정서적 미숙아’ ‘감정적 불구아’ ‘눈물 없는 세대’를 우리 부모들 스스로가 양산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반성해 봐야 하겠다.

지금 우리 사회가, 또 우리들 부모가 무엇보다도 우선해야할 것은 우리 자녀들의 감정교육이라고 본다. 다시 말해서 정육(情育)이라고 강조하고 싶다. 학교교육에서도 지육(智育), 체육(體育), 덕육(德育)을 제대로 부르짖고 있지만 어느 것 하나 제대로 되는 것이 없어 보인다.

지육(智育)이라는 것은 상급학교 진학을 위한 주입식 교육이 고작이고 체육은 선수 몇 사람, 교기 한 두 종목에 국한되어 있는 정도다. 덕육은 어떻게 하는 건지 교육을 받을수록 영악사고 잔인하고 불성실하고 부도덕한 사람만 늘어난다. 정육(情育)은 아예 고려에도 넣고 있지 않은 것이다.

각 가정에서 부모들이 더 늦기 전에 서둘러서 자녀들에게 감정교육을 시키자. 신문배달 우유배달도 시키고 밭일, 논일을 시켜 노동의 어려움을 맛보게 하자. 극기훈련을 체험토록 해서 인내력, 지구력, 자력, 자주, 자립, 자활, 정서도 기르게 하자.

기쁠 때 기뻐할 줄 아는 사람이 되도록 하자. 외로울 때 외로워서 울고 괴로울 때 괴롭다고 소리치는 사람이 되도록 하자. 슬픔도 모르고 외로움과 괴로움을 모르는 자녀는 현명하고 건강한 미래를 기대할 수 없다. 오늘날 이런 눈물 없는 아리들로 자라게 한 것은 진정한 가정교육을 포기한 오늘날 우리 사회에서 부모들이 만든 인과응보(因果應報)인지도 모른다.

조용원 기자  yonhap948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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