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태영 바다낚시(10)-줄줄이 피어나는 선상 '볼락 열기낚시'

거제바다는 이제 슬슬 몸 풀기를 한다. 예년에 비해 잦은 꽃샘추위로 한층 더 저수온을 나타낸다. 영등 할매 바람이 부는 이 시기에는 활발한 조황을 만날 확률이 미미하기만 하다.

간간히 만나는 감질 난 조과는 스멀거리는 봄기운처럼 꾼들을 몸살 나게 만든다. 잎눈을 샘하는 바람은 아직은 차갑다. 그러나 퍼진 햇살은 따스하다.

바다도 곧 완연한 봄이 찾아 들 것이다.

 

   [사진1]잘피

 

바다 물속을 들여다보면 물결 따라 해초들이 일렁인다. 살아 숨 쉬는 듯 갯바위에 따개비며 석화들이 지천으로 퍼져있다.

작은 고동들도 밀물에 몸을 맡긴다.

긴 겨울동안 꾼들의 손을 타지 않은 바다는 지금쯤 윤기로 반들거린다. 이토록 아름다운 바다를, 날마다 보는 바다가 보물창고라는 것을 우리는 간혹 잊고 산다.

무위로 흐르는 듯한 바다 세계도 질서가 있고 그들 나름대로 엄격한 규칙이 있음을 새삼 알게 된다. 바람이 불면 부는 대로, 비가 오면 오는 대로 누가 해치려 들지 않는 한 피하거나 달아나는 법이 없다.

욕심을 채우기 위해 남을 해하기보다는 서로의 향기와 의연함으로 교감을 하며 우주의 흐름에 순응을 한다.

지난여름 태풍이 가져다 준 혼돈을 거쳐 묵묵히 새로운 질서를 찾아가는 바다를 보며 진지한 삶을 배우려 한다.

바다에 낚싯대를 담그면 아쉽지 않게 고기들이 낚여주고 손만 넣으면 심심찮게 건져 올릴 수 있는 해초들,

아직도 거제바다는 넉넉하기만 하다 .

    [사진2]=바다의 해초들

땅의 봄나물이 잃었던 입맛을 되살려 주듯이 이즈음 바다는 볼락, 열기 등이 꾼들의 입맛과 손맛을 돋우어 준다.

봄바람을 타고 땅의 지온과 기온은 하루가 다르게 오르지만 바다 속 수온은 연중 최하위를 나타낸다.

겨울 내내 대부분의 바다 어종들은 먹이 활동을 중지한 채 최소한의 열량으로 상태를 유지하면서 수온이 오르기를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쉽게 말해서 수온이 올라야만 고기가 먹이활동을 하고 먹이 활동을 하니 자연히 낚시가 빈번하게 행해지는 평범한 진리다.

수온이 연중 최저치로 가라 앉아 낚시가 안된다 하여 그냥 포기할 우리 꾼들이 아니다. 저수온기인 이때 우리 꾼들이 즐겨하는 낚시가 바로 선상 외줄낚시다.

선상 외줄낚시는 비용이 많이 들고 종일 흔들리는 배를 타야하는 단점은 있지만 이런 시기에 노력하고 공들여서 조과를 올리고 나면 온 식구들의 입맛이 즐거워진다. 볼락은 매운탕이나 회를 해도 그리고 구이를 하여도 어느 하나도 버릴 부분이 없다. 맛이 너무나 훌륭한 어종이다.

부산 경남지방의 사람들이 특히 애호하는 어종이기도 하다.

  [사진3]=낚시줄에 '볼락 꽃'이 피었다.

전형적인 고단백 저칼로리 식품으로 직접적인 비만 요인이 아니기 때문에 칼로리 섭취가 지나치게 많은 어른들에게는 건강에 좋고, 어린이들에게는 성장에 절대 필요한 단백질 공급원으로 효과가 있다.

수많은 어종 중 생선회 맛이 뛰어나기로는 다금바리와 돌돔을 쳐준다. 귀하기도 하지만 육질이 단단하고 기름져 한 번 입맛을 보면 그 맛을 잊기가 어렵다고 한다. 그래서 횟감으로 인정받고 가격 또한 매우 비싸다.

하지만 천하의 다금바리와 돌돔이라도 볼락 앞에서는 슬며시 꼬리를 감춘다. 잔씨알인 볼락을 뼈채로 통썰기한 회는 볼락을 가장 맛있게 먹는 방법이기도 하다.

낚시꾼이 아니고서는 맛 볼 수 없기 어려운 쫄깃하면서도 구수한 맛은 한마디로 끝내준다.

   [사진4]=보기만 해도 손맛이 짜릿한 '볼락'

그리고 중치급은 몸통에 어슷하게 칼집을 내어 왕소금을 뿌려가면서 구운 석쇠구이는 고소하며, 20센티가 넘는 큰 씨알은 매운탕으로 끓이면 담백하면서 뭐라 표현할 길이 없는 깊은 맛이 있다. 볼락은 살아서도 죽어서도 그 맛을 잃지 않는다.

낚아내는 실력 못지않게 맛있게 먹을 줄 아는 ‘볼락귀신’들의 말이니 믿어도 손해 볼 일은 없을 것이다.

먼저 볼락과 볼락 외줄낚시 방법에 대해 몇 가지 설명을 드리고자 한다. 익히 알고 있는 부분이겠지만, 낚시를 하는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

볼락은 표준말이고 부산 경남 지방에서는 뽈락, 뽈래기 등으로 통하고 있다.

양볼락과 볼락속에 속하는 같은 볼락속에는 볼락, 불볼락(열기), 조피볼락, 개볼락, 도화볼락, 탁자볼락, 황점볼락 등이 있다.

이 가운데 선상 외줄낚시의 대표어종인 볼락과 열기는 몸의 빛깔로 두 어종으로 구분할 수 있다.

[사진5]=멋있게 생긴 '볼락' 모습

볼락은 몸 빛깔이 회흑색이나 회적색이고 몸에는 5~6개의 검은 색 띠가 분명하지 않게 나타난다. 이에 비하여 열기는 붉은 살색이며 몸에는 5개의 분명한 갈색 띠가 나타나 볼락과 확연하게 구분된다.

또 볼락은 암수가 교미를 하고 암컷의 배속에서 수정과 부화를 거쳐 알이 아닌 새끼로 세상 밖으로 나오는 점은 망상어와 꼭 같다.

하지만 망상어가 어미로부터 영양을 충분히 공급받아 완전한 성어의 모습을 갖추고 태어난다면, 볼락과 열기는 단지 어미의 배 속에서 수정과 부화 후 곧 바로 덜 성숙된 모습인 난태생으로 세상 밖에 나온다.

볼락은 거의 동물성 먹이를 선호하는 육식성 어종이다.

또 살아 움직이는 먹이에 재빨리 반응을 한다. 하여 낚시로 쓰이는 미끼도 주로 새우와 갯지렁이다.

  [사진6]=아름다운 붉은색을 띤 열기들

탐식성이나 호기심을 유발해 고기껍질(어피)이 달린 가짜 낚시 바늘 (일명 볼락카드, 열기카드)이 달린 채비를 사용하기도 한다.

배에서 하는 외줄낚시는 낮 낚시가 대부분이라 눈에 잘 띄는 새우류를 쓴다. 선상 외줄낚시에서 수심이 얕은 곳을 노리면 볼락일 확률이 높고, 깊은 수심인 곳을 노리면 열기가 주로 많이 낚인다.

주로 10미터 수심으로부터 깊은 곳은 50미터 전후에 가장 많이 낚시가 이루어진다. 또 물때에 다라 조금씩 다르지만 사용되는 봉돌은40~50호 전후가 가장 보편적이다.

낚싯대도 외줄낚시 전용인 꼽기식이나 무가이드 릴대가 주로 쓰이며 길이는 3미터 전후가 적당하다. 릴은 중형 이상이어야 하며 특히 장구통릴이나 전동릴이 사용하기에 편하다.

시중에 판매되는 볼락카드는 최소한 10장정도 준비하면 좋고 미끼는 살아있는 민물새우가 좋다. 그리고 봄철에만 나오는 사백어를 쓰기도 한다.

  [사진7]=열심히 낚아올린 조사의 '함박웃음'

낚시요령은 선장의 지시에 따라 같이 줄을 내리고 올리고 한다. 승선한 인원 전체는 봉돌의 홋수가 같은 것을 사용해야만 옆 사람과 줄이 서로 엉키지 않는다.

바닥에 봉돌이 닿을 때까지 내렸다가 1미터 정도 감아서 올렸다 하는 고패질을 하면서 입질을 기다려야 한다. 입질은 손끝으로 ‘툭툭툭’ 하는 감이 온다.

이때 챔질을 하지 말고 서로 시샘을 해서 먹이를 먹도록 유도하는 게 관건인데 여유를 주면서 감아올리는 게 좋다.

이때 10개 정도의 바늘에 볼락이 다 걸려오면 흔히들 볼락이나 열기가 꽃을 피웠다고들 한다.

거제권의 외줄낚시 유명 포인터는 안경섬, 홍도, 매물도, 등여, 굴비등 전국에서 이름난 곳이 많다. 물때는 조류가 약한 조금시 전후가 좋고 유명 출항지로서는 구조라, 해금강, 다대, 다포, 여차, 대포, 근포 등지에

베테랑 선장들이 많이 있다.

배낚시는 사전 예약이 필수이며 하루 배 대여료는 30~50만원 전후이며 승선 인원은 6~10명 정도라고 보면 된다.

지피지기라고 알고 나면 한층 더 즐거운 선상 외줄낚시가 될 것이다.

   [사진8]=멋진 모습을 자랑하는 바다위의 '거제바다'호

아직도 가고 싶은 곳이 남아 있는 나이이기에 항상 가고 싶은 곳 1순위는 바다이다.

왜 바다냐고 묻는다면 언제나 ‘알 수 없음'이라고 답하고는 한다. 지난 삼십여 년 동안 수없이 전국 각지의 유명 갯바위를 찾았음에도 그렇다.

늘 바다를 접하는 직업이지만 일년내내 바다를 그저 보기만 하고 바다에 발도 담그지 않고 지내는 해도 있다.

바다를 바라본다. 그저 좋을 뿐이다. 그냥 그렇게 바닷가에 앉아 있으면 이유도 뭐도 없이 그냥 좋기만 하다.

파도가 치면 치는대로, 고요하면 고요한대로. 우리 집과 바다는 번지수가 같다.

바다는 내가 바라다보는 창가에 제일 먼저 닿는다. 날마다 한 모습으로 때로는 변화된 얼굴로 그렇게 제자리에 서 있다.

지인들은 바다를 하루 종일 보며 지내는 기분이 어떠하냐며 자주 묻는다. 나는 무심이라고 말한다.

■하태영 프로필

⊙ 전)한국프로낚시연맹(KPFA) 소속.

⊙ 한국프로낚시연맹 본부 홍보이사 역임

⊙ 한국프로낚시연맹 본부 방송이사 역임

⊙ 한국프로낚시연맹 경남지부 감사 역임

⊙ (주) 나노스 필드팀

⊙ KBS, MBC, SBS, F-TV, FS-TV 모니터 및 낚시방송 다수 출연

⊙ 낚시춘추, 월간낚시,일요낚시,바다낚시,갯바위낚시,

월간거제 모니터 및 기고

⊙ 부산일보, 신경남일보, 경남일보, 거제신문, 거제매일뉴스 모니터 및 기고

⊙ 전)삼원레저 거제점

​⊙ 현) 경남낚시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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