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래실에서 보내는 편지

은은하게 들려오는 개구리들의 합창에 마음을 비워내고 가슴 밑바닥에서부터 솟구치는 그리움이 간절하게 밀려들어 청아한 모습으로 바다위에 떠있는 ‘가조도’를 바라보며 가슴으로 두 손 모아 합장하고 푸르고 잔잔한 5월의 사곡만을 바라본다.

행여 누군가가 나로 인해 피해가 없었기를, 스쳐 지나간 인연하나라도 기쁜 마음이 되어 하루를 보내었기를, 돌아서면 또 다시 아쉬움이 남는 하루가 되었기를, 그리고 그들 속에 언제나 내가 어울려 가고 있기를 바라는 맘 간절함으로, 가장 진실한 마음으로 기도 하며 섰다.

집 앞 정원과 모래실 마을의 정갈함에 내 마음을 씻고 청정해역 사곡만을 흐르는 푸른 바다에 욕심을 흘러 보낸다. 삶의 맥을 따라 이어진 지인들과 내 삶의 시작으로부터 함께 하는 모든 인연들이 소중함에 가슴 저리며 오늘도 접어둘 수 없어 또다시 그리움으로 펼쳐낸다.

한 잔의 술과 차로 정을 더하고 구태여 예쁘게 치장하지 않아도 있는 모습 그대로를 받아들여 줄 벗들이 있음에 나는 얼마나 부유한지, 세상을 뒤로 한 채 한잔 술에 취하고 추억에 취하고 뜻이 같아 더욱 취해, 세상을 온통 우리 것으로 만들어 버렸던 순간들을 나는 또다시 가슴으로 품는다.

지루하게 내리던 여름을 재촉하는 봄비가 그치고 숲속 사이로 내민 밝은 달은 마음속 품고 있던 그리운 이 마냥 반갑기만 하다. 늦은 저녁 마음을 비우고 온몸으로 그 밝은 달의 포근함을 받으며 오랜만에 맑은 마음이 되어 마음껏 푸르고 높은 초여름 밤하늘을 바라본다.

새로운 일상으로 돌아온 저편 창문너머로 줄지어 그리움으로 서있는 나무들이 한껏 물을 먹어 푸를 대로 푸른 잎들은 햇빛에 반사되어 싱그러움을 더해 주는데도, 나는 어느새 구름 넘어 푸른 숲, 별과 산새들이 노래하고 휘영청 밝은 달 아래서 수다를 떨며 모래실 숲속 `언덕위의 하얀 집`에 심었던 추억의 그리움으로 뒤척인다.

잊을 수 없는, 그 추억의 초여름 밤은 내겐 아주 특별한 색소폰 연주와 천상의 목소리를 말하지 않아도 와 닿는 그 마음들을 오늘도 가슴속 깊은 곳에서 꺼내어 보듬는다.

나는 행복한 사람이다. 그리운 이들이 있고, 추억들이 있어 나는 또 얼마나 부유한 채로 살아가는지, 더 많은 시간이 흐르고 세월이 지난 후에도 우리는 이렇게 좋은 인연으로 남아있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세월은 유수 같고 항상 변한다고 했는가? 어느새 텃밭이 푸른 잎들로 무성하게 덮이고, 담장 밑 꽃들이 형형색색 고운자태로 변해가고, 사곡만의 피도가 잔잔한 여운을 남기는 모습을 하염없이 바라보다 불현듯 덧없이 세월만 보낸 것 같아 마음이 무겁게 느껴진다.

흐르는 세월보다 더 빠르게 텅 비어 가는듯한 내 머리는 사고까지 흐리게 하지만 그래도 아직은 이대로 접어 둘 수 없어 항상 여행과 운동을 게을리 하지 않는다.

‘서재의 책들을 정리하고, 이리저리 놓여있는 정리 못한 방안의 작품들에게 제자리를 찾아준다. 그리고 어제는 지인들과 내가 맡은 봉사단체의 활동에 대해 사람 냄새나는 긍정적인 삶을 이야기하며 의미 있는 시간을 보냈다.

별빛이 하얗게 쏟아지는 여름 해변에서, 알알이 여무는 누런 가을 들녘에서, 흰 눈이 펑펑 내리는 그 겨울의 찻집에서 좀 더 성숙된 마음으로 벗들을 언제나 또다시 만나기를 바라며 떠나는 그리움의 손 다시 한 번 부여잡으며 가다 뒤돌아서는 뒷모습 한 번 더 생각하며 항상 잘 지내시란 끝맺음을 차마 못하여 목젖 길게 떨며 가슴속에 묻어 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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