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18일 밤 거제문화예술회관에서 여섯 번째 거제드림싱어즈 정기연주회가 객석을 가득 메운 열기 속에 열렸다. 두 해 연속 거제전국합창경연대회에서 장려상을 수상한 바 있는 합창단(단장 김순도)이 이제 연륜을 더해가는 소리가 들린다.

금년 무대는 ‘흑인영가와 함께하는 10월의 어느 멋진 날’을 주제로 하여 경제난속의 지역민들과 호흡을 함께하며 가을의 깊은 밤을 수놓았다. 아름다운 음악이 지친 영혼의 힘이란 걸 알기에 친애하는 시민들과 함께 힘차고 포근한 음악을 추구했다는 단장의 인사말 속에서, 준비한 메뉴를 가름해 본다. 해마다 주제를 통한 발표를 벌써 여섯 해, 단원들의 기량 향상과 함께 시민들의 참여도 높았다.

이날 공연은 흑인영가와 게스트, 그리고 가요와 만화주제곡 스테이지로 구성된 3부로 공연되었다.

고향을 떠나 고달픈 노예의 참담한 삶 속에서도 영가를 통해 위로와 영혼의 새 힘을 얻은 그들의 지혜를 되새기며, 잊지 못하는 가락 하나, ‘오르소서 예수 왕이여’, ‘나는 항상 성령을 느끼므로’, ‘하늘의 옷을 입었네’ 등의 레파토리로 흐느끼듯 사위어가면서 때론 힘차게 가락을 엮어나갔다.

가슴을 극도로 짓누르는 합창단의 호흡으로 신에게 의탁해야 하루를 마감할 수 있는 삶을 고백하는 시간이 무대에 흘렀다. 이어서 ‘쉐난도’를 노래한 합창단은 누구에게나 있는 고향의 강을 그리워하는 사람들의 심정을 이끌어 냈는데, 쉐난도 강을 그리워하는 안타까움을 화음으로 잘 그려주었으며, 또한 우리 가곡 ‘골목놀이’와 ‘여우야 여우야’를 동화스럽게 깔끔히 표현하여 관객들의 가슴을 단순하고 시원하게 틔워주었다.

게스트 중 주목할 바리톤 장영식은 민요 ‘신고산 타령’을 구수하게 노래했고, 프랑스 혁명기를 배경으로 한 오페라 ‘안드레아 셰니아’를 불러 무대를 압도하였다. 본 합창 단원이었던 장영식은 이제는 전국의 여러 경연대회를 휩쓸 만큼 역량을 쌓았는데, 얼굴을 돌리고 눈빛을 주는 동작 하나 하나에서도 단단한 예술가의 편린이 보였다.

끝으로, 활기차고 역동감있는 율동과 함께 연주한 ‘응답하라 Everybody’, ‘어린 시절로’는 관객들을 꿈많았던 유년 시절로 초대하여 어린 날의 기억을 끄집어내는 즐거움을 선사하였다.

몇 해 동안 단원들과 고락을 함께 해온 지휘자(이철훈, 고신대 외래교수)의 소리를 모으는 솜씨는 중화반점 요리사의 손끝에서 빚어지는 밀가루 가락처럼 이날도 일품요리로 맛깔을 냈다. 익살맞은 연기와 중후한 바리톤 음색으로 양념도 더했는데, 우리 지방에서 그는 이제 유명 인사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공연장 무대 위에는 간혹 설익은 감도 열리지만 해를 거듭할수록 합창단의 소리가 익어가고, 거제 시민들과 같이 한 소리의 여운도 남아 있었다. 박수치는 시민들 한 켠에선 비록 근심어린 가슴이 시릴지라도, 이 가락으로 오늘 밤만은 조약돌 좌르르 구르고 달빛 뒹구는 밤바다를 꿈꾸며 편히 쉴 수 있으리라 본다.

 전 거제기성초등학교장, 서예가 김상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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