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미배낭여행(14)-사막의 오아시스 ‘산페드로 데 아타카마’

남미에서도 까다로운 검색으로 유명한 칠레 검문소를 통과한 후 대기하고 있던 봉고차를 갈아타고 지구상에서 가장 척박한 땅 '아타까마 사막'의 북쪽 끝자리에 있는 오아시스의 마을로 향했다. 언덕에서 본 마을은 온통 붉은 사막지대에 한 줌밖에 안 되는 녹음이 내려 앉은 모습이다. 생각보다도 작은 이 마을이 칠레 최초의 마을이며, 여행자의 보금자리 '산페드로 데 아타카마'이다.

사진 :  끊임없이 이어지는 안데스 산맥과 산페드로 입구

세상에서 가장 건조한 사막이라 하여 풀과 나무가 없을 줄 알았는데 예상외로 푸름을 자랑하는 나무들 사이로 단층 흙 집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었다.

‘사막이 아름다운 것은 어딘가 우물을 숨기고 있기 때문이야.’

푸른 나무가 둘러싼 마을을 본 순간 나는 문득 생떽쮜베리의 동화 '어린왕자' 속의 한 구절이 생각났다. 건조하여 먼지로 자욱한 마을에 살아 숨 쉬는 나무들이 있어 거저 아름답고 신비롭다. 보이지 않는 사막 속의 보물인 지하수가 있기에 나무들이 살지 않은가. 정말로 세상을 아름답게 하는 것은 '보이지 않는 그 무엇들'임을 절실히 느끼는 곳이었다.

사진 :    보이지 않은 지하수로 자란 나무들

원래는 목동들이 잠시 쉬어가는 작고 초라한 마을이었으나 우유니 사막과 아타카마 사막을 잇는 위치로 불과 10년 만에 유명 관광지로 성장했다. 우유니 사막여행을 마치고 칠레로 입국 하고자 하는 사람들과 반대로 칠레에서 우유니 사막여행을 위해 넘어온 사람들로 붐볐다.

사진  :   산페드로 시가지와 여행객들

중심거리인 ‘카라콜레스’는 ‘비추비타’라는 소금에서 추출한 부산물로 아스팔트 대신 깔아 쾌적하게 다닐 수 있었다. 특히 고산병과 먼지로 고생했던 나는 백두산 높이만큼의 고도를 가진 산페드로(2440m)에 왔어도 호흡이 편하고 기분이 상쾌했다

맑아진 머리를 들어 주변을 둘러보니 몇 시간 전 베르디 호수에서 본 나지막한 산이었던 ‘리칸카부르' 산이 너무나 높고 엄숙한 산이 되어 있었다. 안데스 산맥 저편과 이편의 간격이 너무 커서 시각적 혼돈이 올 정도였다.

사진  :  아타카마 사막에 있는  ‘리칸카부르' 산

저녁을 먹기 위해 아르마스 광장 주변 레스트랑으로 갔다. 맥주를 마시며 대형 텔레비전으로 축구경기를 보는 젊은이들 속에서 조금씩 문명에 익숙해지기 시작한다. 빠르고 높은 스페인어로 중계하는 아나운서 목소리도 아늑하고 푸근하게 느껴지는 건 우유니 사막여행으로 문명에 굶주린 탓이리라.

거제매일뉴스  webmaster@gjmaeil.com

<저작권자 © 거제매일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