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추김치

옥명숙

푸른 세상을

안으로 안으로 가두어서

알뜰히 채운 나의 몸통

따가운 소금 철 철 절여지는 아픔과

꼬릿한 액젓

매콤한 고춧가루 양념으로 치대어지는 고행에도

나는 슬퍼하지 않았다

옹기에 채곡채곡

숨 막히게 눌러놓는 발효의 인내에도

나는 좌절하지 않고

오히려 신과 함께 하였으니

어찌 보람 없었겠는가

보라

항아리를 열고서 단단히 보라

가난하더라도 오붓한 저녁

자그마한 식탁에 나를 올려 다오

나는 이제

신과 함께하였던 향기로

그들의 피와 살이 될 것이다

<감상>

일상의 식단에서 빼놓을 수는 없을 것이나, 그렇다고 크게 주목 받는 경우는 드문 배추김치에 대하여 시인 스스로 배추김치가 되어 맛깔나게 칭송하고 있다. 사물을 소재로 시를 구성할 때에는 그의 속성에 대한 시각이 중요한 법인데, 시인은 알뜰히 채운 통배추로부터 염장과 양념, 항아리에 담겨져 숙성까지 되는 과정을 감각적으로 묘사하고 있다. 이렇게 대상에 자신을 직접 감정이입하는 방식은 독자들을 시에 몰입시키기에도 좋다.

“고행에도 슬퍼하지 않고”, “발효의 인내에도 좌절하지 않고 오히려 신과 함께 하였다”라는 구절은 참으로 멋진 감각으로 삶의 애환을 인내하는 우리 서민의 모습에 다름 아니다. 시인은 신과 함께 하였던 향기로 자그마한 식탁에서 우리들의 피와 살이 되겠다고 희망에 찬 결의를 보이고 있다. - 김용호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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