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호의 시가 있는 오후>

아침이 주는 의미

                         안 정 란

여명 아래 가로등은 하얀 목련

밝아오는 아침에 쫓기듯 바삐

뒤 돌아보지 않고

앞으로 앞으로만 나아갈 뿐

피곤한 나무들이 어둠속 침묵을 떨치고

태양을 목말라하며 걸어만 간다

조금씩 자태를 드러내는 세상은

태고의 모습을 벗고

문명이 살아 숨 쉬는 자연을 선물 한다

이제 가로등은 힘을 잃고

쓸쓸한 새벽에서 아침을

깊은 어둠에서 꿈을

투명한 고요에서 활기를 뱉어 낸다

매일 삶은 살아지고 시간은 도망치듯 달아나며

여명은 새롭게 시작되고

내가 사는 이 별도

무한한 우주공간을 지나고 있다

소중한 하루가 이렇듯 나를 반기며

미끄럼을 타고 내게로 온다

오라! 하루여 한 달이여 일 년이여

나의 온전한 생애여

희망은 그 어디에도 있다

<감상>

이렇게 동틀 무렵을 세심하게 시로 옮긴 작품은 흔하지 않다. 하루의 시공간으로 따진다면, 대개 오후나 저녁의 시가 다수를 차지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시를 찬찬히 다시 읽어 보면, ‘가로등은 하얀 목련’이라는 강력한 은유로 시작되는 첫 부분은 참으로 인상적이다. 여명으로 희부윰해졌을 가로등이 하얀 목련 같다는 것이 첫 느낌이라고 한다면, 존재의 가치를 빨리 잃어가는 새벽의 가로등과 하얀 목련의 짧은 개화, 덧없는 낙화를 견주었다는 것이 두 번째의 감상이다. 몇 가지로 감상될 수 있는 이런 중의重義의 묘사는 좋은 시의 모습에 다름 아니다. 게다가 이런 산뜻한 감각의 명암과 색감, ‘투명한 고요’에서는 모더니즘적인 모습이 느껴진다.

시인은 아침의 시공간을 ‘가로등은 하얀 목련’, ‘걸어만 가는 피곤한 나무들’, ‘시간은 도망치듯 달아나고’로 사유思惟하여 짧은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우주와 한 생애를 호명呼名하고 삶과 희망의 의지를 다지고 있다. - 김용호 시인

안정란 프로필

▪ 대구대 수학교육학과 졸업

▪ 영남대학교 학생생활연구소 근무

▪ 한마음영어수학학원 운영

▪ <문장21>(2017) 시 신인상 등단

▪ 한국문협, 거제문협, 청마기념사업회 이사, 사무차장

▪ 글향문학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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