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을 사다

옥 명 숙

축제의 거리 좌판에

여름이 터졌다

어제는 봄을 망설였는데

내일은 가을을 준비해야 하나

다시 되돌아가

어제는 비를 팔았는데

오늘은 태양을 사야하나

갑자기 혼돈이

낯섦이 반짝이는 좌판

미래는 흐릿한 영상일지라도

오늘은 찬란한 여름

나는

수박 무늬 비키니

쭉쭉빵빵

가시내 하나 샀다

<감상>

생활 속에서 시적인 포인트를 집어내는 눈매와 이를 구상화하는 솜씨가 돋보인다. 이런 생활 속의 시들은 언제나 친근하여서 독자들에게 쉽게 다가갈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코로나 방역으로 썰렁했던 거리. 거리두기가 완화되면서 어느 거리에서 자그마한 축제가, 그리고 좌판이 열렸는가보다. “어제는 봄, 내일은 가을, 어제는 비, 내일은 태양”으로 갈팡질팡 망설이는 모습인데, 이는 날씨의 변화무쌍만을 표현한 것이 아니라 ‘사회상’ 또는 ‘시인의 마음’까지도 표현된 것으로 여겨진다.

이러한 감상은 2연에까지도 연결되어 ‘혼돈’, ‘낯섦’, ‘흐릿한 영상’으로 이어진다. 이런 ‘변화무쌍’과 ‘혼돈과 낯섦’이 현실의 바탕이라면, ‘흐릿한 영상’은 불투명한 미래의 전망일 것이다. 이 지점에서 시인은 과감한 희구(希求)의 메시지를 던진다. 좌판에서는 살 수 없는 “수박 비키니를 입은 쭉쭉빵빵의 가시내를 샀다”라는 도발적인 구절이다.

이는 숨어있는 비유, 즉 은유이며 전술(前述)의 상황에 도전하고 탈출하여 젊은 청춘으로 되돌아가고 싶다는 강열한 희구다. 본문은 과거형으로 씌어졌지만, 제목은 “여름을 사다”로 동사 기본형을 쓴 것도 흥미로운데, 이는 마지막 구절의 도발을 사전에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 김용호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