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미배낭여행 이야기( 24)

신이 숨겨 논 절경 칠레 ‘토레스 델 파이네 국립공원’

아르헨티나 ‘칼라파테’지역에서 버스를 타고 약 5시간이 지나 칠레 국경을 넘어 도착한 곳은 조용하고 한적한 항구 도시 ‘뿌에르토 나딸레스’였다.

칠레 파타고니아 여행의 거점 도시인 이곳에서 시내 관광을 하고 물과 과일, 빵 등 중요 식품을 구입하여 숙소로 들어왔다.

다음 날 세계 10대 절경 중의 하나이며, 죽기 전에 꼭 가봐야 할 곳으로 뽑히는 곳 ‘토레스 델 파이네’ 국립공원을 가기 위해 작은 버스(봉고)를 탔다.

   세계10대 절경 중 하나인 '‘토레스 델 파이네’

이 공원은 1200만 년 전 지각변동이 일어난 땅을 빙하가 휩쓸고 지나가며 만든 독특한 모습의 대지로 지구상에서 가장 삭막하면서도 아름다운 자연으로 손꼽히는 곳이다.

약 3시간을 달려 국립공원 남쪽 출입구에 도착했다. 입장료로 칠레 페소 1만5000달러(한화로 약 3만원)를 내고 삼림관리위원회에 일정을 신고했다. 규정 탐방로를 이탈하면 엄벌에 처한다고 했다.

   야생 라마의 일종인 사슴처럼 생긴 ‘구아나코’

산기슭을 따라 비포장 길을 달리다 보니 야생 라마의 일종인 사슴처럼 생긴 ‘구아나코’ 무리가 길가에서 한가롭게 풀을 뜯고 있었다. 1978년 유네스코 생물 보호구역으로 지정된 이곳에는 사슴처럼 생긴 ‘구아나코’뿐만 아니라 ‘회색 여우’ 등 희귀 야생동물이 많아 조심해야 한다고 했다.

  빙하가 녹은 물인 ‘그란데’ 폭포

하얀 설산을 배경으로 멋진 집이 있는 ‘페호’ 호숫가에서 점심을 먹었다. 청명한 수면이 햇살을 받아 옥빛으로 반짝이는 호수 주변을 거닐다 ‘그란데’ 폭포로 갔다.

규모 자체는 크지 않지만 빙하가 녹은 물이라 색이 독특하고 수량이 워낙 풍부하여 웬만한 큰 폭포보다 박력이 있어 보였다. 이 물이 내려가 비취색 물빛이 아름다운 ‘뻬호’호수로 이어진다고 했다.

   하얀 설산을 배경으로 한 ‘페호’ 호숫가에서

이어서 ‘토레스 델 파이네’를 가장 잘 볼 수 있는 ‘노르덴 스키’ 전망대로 향했지만 신은 쉽게 허락하지 않았다. 급변한 날씨로 가는 길은 세찬 바람에 머리를 들지 못하고 허리를 굽히고 기어가듯이 걸어야 했다. 천신만고 끝에 도착하여 바로 서는 순간, 성난 사자처럼 달려드는 강풍에 밀려서 3미터 아래로 떨어졌다. 다행히 손바닥 상처를 제외하고 큰 상처는 없었지만 아찔한 순간이었다.

   자연이 만들어지는 아름다운 풍경 ‘토레스 델 파이네’

잠시 구름이 머문 자리에 박력 넘치는 자연의 조각품 ‘토레스 델 파이네’가 눈앞에 위용을 드러냈다. 빙하 계곡과 호수가 어우러져 한 폭의 그림을 보는 듯한 황홀경을 자아냈다.

토레스(Torres)는 스페인어로 ‘탑’이고, 파이네(Paine)는 ‘푸른색’을 의미하는 파타고니아 토착어다. 즉 ‘푸른 탑’이란 이름을 가진 이곳 우뚝 솟은 삼형제봉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서 있었고

   ‘푸른 탑’이란 이름을 가진 삼형제봉

옆으로는 일 년 내내 눈이 쌓여 있는 설산과 오래된 지각변동으로 생겼다는 독특한 모습의 화강암 산들과 옥빛의 빙하가 어우러져 있었다. 그 아래로 빙하가 녹은 물이 하늘빛, 에메랄드빛, 회색빛으로 변하여 크고 작은 호수에 신비로운 색깔을 보여주며 고여 있었다.

이 장엄하고 아름다운 장면을 본 나는 누구보다도 행복했으며 신이 나에게 베푼 행운이라 오래 기억하고 있다.

   자연그대로 보여 주는 ‘토레스 델 파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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