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태영의 바다낚시 (8)-겨울별미 '학꽁치'

겨울철 별미 '학공치'

‘립스틱 짙게 바르고...’라는 노랫말처럼 겨울이 되면

어김없이 빨간 입술의 학공치를 만나게 된다.

여름 지나면서 첫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하는 학공치는

처음에는 ‘젓가락 씨알’에서 가을로 접어들면서 씨알이 점차 굵어진다.

그러다 겨울로 치달으면 씨알은 점차 ‘형광등 씨알’로 굵어지는 것이 정례이다.

굵은 씨알의 학공치들이 자리를 달리해 가면서 거제도 여기저기에 공습을 퍼붓고 있다.

두세 마리만 쥐어도 웬만한 어른 손 안에 꽉 찰 만큼의 굵직한 씨알들은

차가운 겨울 수온에 탱탱해진 은회색 육질을 자랑하며 ‘나 잡아 보소’ 하고

꾼들의 발걸음을 유혹한다.

겨울철 저수온기에 마릿수 감성돔을 낚는다는 건 대단히 어렵기에

손맛 굶주린 꾼들에게는 반가운 어종이 아닐 수 없다.

겨울이 한가운데 오면 만물이 꽁꽁 얼고 수온도 내려가

각 어종들은 가을에 비축해 놓은 에너지로 동면에 들어가는 시기이기도 하다.

먹이 활동이라든지 행동 범위 반경이 극히 제한되어 낚시하기에 애로가 따른다.

즉 말해서 쉽게 고기가 낚이지 않으므로

전문꾼이 아니면 출조 자체가 거의 이루어지지 않는다고 보면 되겠다.

연안 어장이 황폐화되고 어자원이 줄어들자 양식업으로 소득 감소를 메우려

너도나도 양식업에 나섰고 이곳저곳에 양식업이 과밀하다 보니

연안 어장의 부영양화를 부채질 하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

그러다보니 홍합을 비롯한 특정패류와 이를 좋아하는 불가사리의 연쇄번식은

날로 번성하여 개체수가 엄청나게 많아졌다.

제가 사는 마을의 선창에도 전에 없이 불가사리의 수가 많아진 것을 볼 수가 있다.

하지만 거제도 바다만큼은 아직까지 싱싱하다.

늘 말했듯이, 일일이 말하지 않아도 거제도는 낚시꾼들에게 천혜의 조건을 갖춘 곳이다.

계절별로 다양한 어종을 입맛대로 골라서 낚시를 즐길 수도 있고

또 주머니 사정에 맞추어 출조를 할 수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학공치 낚시는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가족끼리

또는 연인과 친구끼리 아무런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낚시다.

품질용 크릴 2장과 미끼크릴 1통 그리고 학공치용 가벼운 찌와 바늘만 있으면

하루 종일 즐거운 낚시를 할 수 있다.

낚시하는 요령은 밑밥을 뿌려주면 학공치가 수면 가까이

1미터 정도까지 눈으로 노니는 게 보인다.

이곳에 미끼를 끼운 바늘은 던져 놓으면 슬며시 찌를 끌고 간다.

이때 강하게 챔질을 하지 말고 옆으로 끌어 주듯이 당기면 앙탈을 부리지만

털털거리면서 쉽게 올라온다.

한두 마리 정신없이 올리다보면 금세 아이스박스를 쉽게 채우게 된다.

성질 급한 학공치가 씨알까지 굵다면 손맛은 말할 것도 없다.

오전 반나절 낚시면 횟감에 밑반찬까지 챙길 수 있을 것이다.

언젠가 전북 격포로 감성돔 낚시를 간 적이 있었다.

격포에서 만난 그 곳 꾼들은 감성돔 낚시를 하는 도중에 낚이는

세칭 형광등 씨알인 학공치라도 그냥 패대기를 하는 것이었다.

말하자면 너무 흔한 잡어라며 ‘개도 안쳐다보는’ 홀대와 푸대접을 받고 있었다.

하지만 우리 일행들은 감성돔은 뒤로 한 채 형광등 씨알인 학공치만을

순식간에 한 쿨러씩 낚은 ‘즐거운 난동’을 겪은 일이 있다.

이유야 어찌 됐든 잡어라고 맛까지 잡어는 아니다.

학공치 회는 유수의 고급 회들을 물리치고 꾼들 사이에 당당히

최고의 인기를 누리고 있는 별미다.

학공치 앞에서는 나도 일급 요리사가 될 수 있으므로,

순서만 외워두면 누구나 척척 해낼 수 있는 학공치 회 뜨는 법을 소개 하겠다.

1. 머리를 자르고 배를 갈라 내장을 꺼낸다.

2. 흐르는 물에 남은 내장까지 깨끗이 씻는다.

3. 수평으로 눕혀 머리 부분부터 절반으로 가른다.

4. 껍질을 벗긴 후 물기를 제거한다.

5. 나무젓가락 굵기로 엇썰기 한다.

6. 맛있는 학공치회 완성!

 

겨울철에 학공치를 전문으로 낚으러 다니시는 분들은

바다에서 회덮밥을 먹을 수 있도록 만반의 준비를 해오는 분들이 더러 있다.

학공치를 낚아 즉석에서 손질하여 일행들이 둘러앉아

회덮밥을 먹는 모습을 상상만 하더라도 절로 군침이 고인다.

 

그리고 학공치 생선회를 장만한 후 미리 준비한 초간장에

몇 가지 야채를 넣으면 훌륭한 회무침 요리가 된다.

수평선이 하늘과 경계를 이룬 바다를 바라보면서 소주 한 잔을 곁들이면

실로 나랏님도 부럽지 않다.

장승포, 서이말, 양화, 도장포, 해금강,여차, 홍포쪽 어느 갯바위나

지세포,구조라,해금강,근포,명사,쌍근,선창만 가더라도

학공치는 손쉽게 만날 수 있겠다.

 

하태영 프로필

⊙ 전)한국프로낚시연맹(KPFA) 소속.

⊙ 한국프로낚시연맹 본부 홍보이사 역임

⊙ 한국프로낚시연맹 본부 방송이사 역임

⊙ 한국프로낚시연맹 경남지부 감사 역임

⊙ (주) 나노스 필드팀

⊙ KBS, MBC, SBS, F-TV 낚시방송 프로 다수 출연

⊙ 낚시춘추, 월간낚시,일요낚시,바다낚시,갯바위낚시,

월간거제 모니터 및 기고

⊙ 부산일보, 신경남일보, 경남일보, 거제신문, 거제연합신문 모니터 및 기고

⊙ 현 경남낚시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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