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경희의 세상사는 이바구(1)-효도

나이 드신 노모를 모시고 생활하고 있으니 항상 효도에 대해 깊은 생각을 하게 하는 일상이다. 옛날 이름난 효자가 있어 나라에서는 효자표창까지 하여 소문은 더욱 펴져 갔다.

어느 한사람이 어떻게 하면 효도를 다하는 것인지 궁금하여 그 표창 받은 효자를 찾아가 물어보고 배우리라 작정하고 집을 나섰다.

수백리길 산골짜기에 조그마한 오두막집이 이름난 효자의 집이란다. 해는 서산에 걸리고 인기척도 없는 효자집 사립문 밖에서 울타리 사이로 집안을 들여다보고 있으니 조금 뒤에 건강한 청년 한사람이 나뭇짐을 한 짐 지고 이집으로 들어서는 것이다. 이 사람이 바로 그 효자인가 보다하고 숨어서 효자의 거동을 살피기로 했다.

그 언동 하나하나가 본받아야할 효자의 길이 아니겠는가. 짐을 지고 들어서는 청년 앞에 황급히 방문을 열고 어머니인듯한 이가 뒤쳐 나와 그 청년을 부축하면서 짐을 내려놓게 한 다음 수고가 많았다고 위로 하더니 마당 한곳에 의자처럼 걸터 않게 만들어 놓은 나무토막에 아들을 앉히고는 대야에 물을 떠다 놓고 아들의 얼굴, 목, 발등을 손수 씻어주는 것이 아닌가! 아들은 잠자코 어머니 시키는 대로만 하고 있을 뿐이다. 그리고 나서 또 아들의 어깨와 등을 주물러 주더니 얼마 후 두 사람은 방안으로 들어가 버렸다.

이상하다. 효자가 어찌 저렇게 되는 건고? 저렇게 편한 것이 효자랄 수 있을까? 거꾸로 된 듯한 효자. 밖에서 지켜보던 사람은 아무래도 알 수 없는 노릇이라 물어볼 수밖에 없다고 생각하고 기침을 하면서 집에 들어갔다.

주인이 들어오라는 데로 방에 들어가 인사를 나누고 찾아온 내력을 말했더니 그들은 모자간이 틀림없고 그 아들은 표창 받은 효자임에도 틀림이 없었다. 그런데 그 아들은 겸연쩍게 웃으면서 사실 자기는 무식해서 효도를 배우지도 알지도 못한다고 했다. 다만 평소에 어머님의 마음이 편하시도록 그저 어머님 시키는 데로 만 할 뿐이라고 한다.

옳거니! 그래서 짐을 부축하거나 손발을 씻어주거나 등을 주물러 주는 것은 모두가 어머니가 내켜서 하는 일이라 아들은 제 몸을 맡겨둔 것이로구나! 찾아간 사람은 크게 깨달았다. 효도! 그것은 어려운 어른이나, 학문이 아니다. 부모에게 용돈 반찬, 그것만도 아니요, 요사이 흔한 효도관광, 노인대학 입학만도 결코 아니다. 오로지 부모마음이 편하도록 해야 하는 것, 걱정을 끼치지 않도록 하는 것, 그래서 항상 안심 스럽고 즐겁게 하고 그 귀와 눈을 즐겁게 해드리는 것이 바로 효도다.

그래서 증자도 소학에서 ‘늙은 부모를 봉양 하는 데는 그 마음을 즐겁게 하고 그 귀와 눈을 즐겁게 해드리는 것’이라고 했다. 길은 항상 가까운데 있는 것, 효도의 길도 결코 어렵게 찾아갈 것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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