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경희의 세상사는 이바구(2)-너무 시끄럽다

얼마 전 점심시간에 일행과 함께 새로 생겼다는 육고기뷔페집에 갔더니 의외로 사람들이 많이 붐볐다.

그런대로 차례를 기다려 몇점 고기를 담아 자리를 잡고 앉았는데 점점 시끄러워지더니, 어떤 젊은 팀의 사람들은 시종 떠들어대는 것이 안하무인격이었다.

욕지껄이를 섞어가면서 해대는 말에 그들 일행은 웃어재끼지만 전혀 남을 의식하지 않는 언동은 정말 난장판과 같다. 어릴적부터 예사로 써온 저질의 언동은 커서도 마찬가지가 된듯하다.

나는 정말 식사분위기가 엉망이구나 하고 생각했다. 고기 굽는 소리와 매캐한 연기와 음식 가지러 드나드는 사람. 꽤 넓은 식당이었지만 이리도 시끄러워서야 갖추어 먹기는 글렀다 싶어, 우리는 대강 먹고 나오니 속만이 쓰리다. 이런 음식집에 외국 손님이라도 데리고 왔더라면 어찌되었을까?

가까운 일본문화는 거의 우리나라에서 건너간 것이라고 하지만 그중 식사문화를 보면 너무나 딴 판이 아닐 수 없다. 식단(食單)도 많이 다르지만 식사예절도 독특하다. 특히 식사할 때는 너무나 조용하다. 음식을 입에 넣으면 입을 열지 않고 먹는 습관은 남에게 폐가 되지 않도록 하는 예절이다.

우리도 이전에는 음식을 먹을 때 아주 조용히 어쩌면 근엄하리만치 엄숙한 분위기였다. 식사를 할 때 말을 하면 복이 밖으로 튀어나가 버린다고까지 하면서 말을 못하게 했다.

그리고 불교에서 말하는 식시오관게(食時五觀偈)는 비록 비구니가 지켜야 할 게(偈)이지만 우리생활에 많이 스며들어 있는데 식사에 임하여 이 음식이 있기까지 공이 얼마나 든 것인가를 생각해 보자, 자신의 덕행(德行)이 이 음식을 받을만한가를 생각해 봐라, 마음을 가다듬고 과오를 없애는 데는 삼독을 버리는 것 밖에 더 없다는 것을 다시 명심하자, 밥을 먹는 것이 곧 보약을 먹는 것과 같이 몸을 치료하고 튼튼하게 하는 것으로 여겨라. 도(道)를 닦아 그를 성취하기 위하여 이 음식을 받는 줄로 알아라. 등 이것이 식시오관게이다.

식사 때마다 이런 것을 생각해 본다면 자연히 경건하지 않을 수 없으리라. 또 쌀밥을 대할 때마다 그 쌀이 있기까지 농민들의 수고를 일깨우기 위해 쌀 미(米)자를 파자(破字)하여 여든 여덟(八十八)번이나 사람 손끝의 수고로 이루어진 것이라고 강조했으니 어찌 쌀 한톨을 가벼히 여길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농민들의 수고에 대한 감사와 스스로 절약근검의 정신을 몸에 익히도록 했으니 사람의 식사란 돼지처럼 단순히 먹어치우는 데에 있는 것이 아니라 마음의 약으로, 정신의 양식으로까지 승화시켰던 조상들의 음식문화에 대한 깊이와 슬기를 계승해야 하지 않을까?

외래 서구문화 가운데 음식문화는 우리와 전혀 다른 데가 많지만 그래도 식사분위기는 서양사람 대부분이 기도를 드리고 감사하며 조용하다는 것이다. 수백명이 앉은 식당에서도 떠드는 사람은 없는 걸 보면 식사예절은 동서양이 다를 바 없다. 그들도 추수감사절이 있고 우리도 추석 천신이 잇는 걸 봐도 그렇다.

아무리 물자가 흔하고 음식이 푸짐하다고 해도 아직 우리나라 사람 가운데는 생계에 못미치게 사는 어려운 이웃이 있다는 것과 지구상에는 굶주림에 시들어가는 민족도 여러 곳에 있다는 사실을 생각해 봐야 한다. 언제부터 흥청망청 아낄 줄 모르고 또 남의 수고에 감사할 줄도 모른채 내 돈 내 쓴다고  그리 큰 소리 치는지?

남미(南美)에 갔다 온 사람은 경험했겠지만 그곳에서 일반 버스를 올라타면 “어느 나라 사람이냐”고 묻는다. 그러면 “코리안”이라고 대답하면 여지없이 내리라는 것이다. 왜냐하면 한마디로 한국 사람은 떠들어대서 안된다는 것이다. 사정을 해봐도 여간해서 들어주지 않는다. 한국 사람이 떠들고 시끄럽다는 것은 외국에서도 널리 알려졌기 때문이다.

보도에 의하면, 한국 할머니가 외국에 가서 버스 안에서 무심결에 담배를 끄집어내서 피우다가 기사가 이 할머니를 버스에서 끄집어 내려놓고 그 위에 침까지 뱉어 큰 봉변을 당했다고 하니 정말 이제 외국의 관해이며 예절을 배워야 하지 않을까?

우리는 이전에 너무 시끄러우면 “호떡집에 불 났냐?”고 했다. 호(胡)는 뙤놈(중국인)이니 중국 사람이 떠들어댄다고 욕했지만 이제는 옛말이 된듯 싶다.

정말 조용해 질 수 없을까? 노자의 상선약수(上善若水)라는 말처럼 세상은 물 흐르듯이 조용히 흘러가야 좋은 세상일 것이다.

제발 먹으면서 마시면서 조용히 생각이나마 좀 해보자. 감사할 줄은 몰라도 육두문자(肉頭文字)에 깜짝 깜짝 놀라게 하지 말라. 음식을 먹다가 놀라면 위장이 소화를 시켜주지 않는다. 소화가 되지 않는 사회는 정체될 수밖에 없고 정체된 곳에는 썩거나 부도덕한 사건이 터지기 마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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