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민의 행복을 꿈꾸며∙∙∙

저의 삶은 줄곧 바다와 함께였습니다.

파도 소리를 들으며 태어났고 바닷바람을 맞으며 성장했습니다. 거제도에 딸린 유인도 중 가장 작은 섬, 고개섬에서 태어나 자랐습니다. 가끔 농담으로 ‘바다에 고개만 내민 섬’이라는 이야기를 하곤 합니다. 물론 그것이 본뜻은 아닙니다.

전해 내려오는 이야기로는 해변이 높고, 썰물에는 갯벌을 걸으며 조개류를 채취할 수 있기에 붙인 이름이라고 합니다. 그래도 어쩐지 ‘고개만 내민 섬’이라는 뜻풀이가 가장 정겹습니다.

바다는 제 삶을 경작한 텃밭이자 수많은 어업인의 삶이 오롯이 묻어난 치열한 현장이었습니다. 아버지, 어머니는 바다가 키운 것을 캐어 제가 자라는 데 필요한 모든 것을 구하셨습니다. 저는 바다가 있었기에 올바른 청년으로 성장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니까 바다는 저의 친구였을 뿐만 아니라 부모와 같은 존재였다고도 할 수 있습니다.

때로는 태풍이 불어닥치고, 때로는 섬을 집어삼킬 듯이 무서운 파도가 치기도 했습니다. 그 바다에서 자랐기에 강인한 품성을 지닐 수 있었습니다. 어떤 어려움도 긍정적으로 바라보았습니다.

바다를 완전히 떠나 있었던 것은 대학 시절 뿐이었습니다. 1984년 동국대학교 경제학과에 입학했습니다. 1991년 3월, 다시 바다로 돌아오기까지 6년 정도만 빼놓고는 줄곧 바다가 보이는 섬에 살았습니다. 섬을 떠나 있는 동안 대학에 다니며 열심히 공부했습니다.

1988년 6월, 군생활을 마치고, 제대하면서 저는 결정했습니다. 다시 고개섬으로 돌아올 생각을 굳혔던 것이지요. 사람들은 제게 말합니다. 젊은 사람이 다시 고향에 돌아오는 것은 실패가 아니었느냐고. 아니었지만, 변명하듯 이러쿵저러쿵 이야기하고 싶진 않았습니다. 묵묵하게 일하고, 반드시 성공하는 게 저의 뜻을 보여주는 길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제가 돌아오기 전 4.42ha였던 작은 양식장은 지금 13ha까지 커졌습니다. 처음엔 양식장을 정상화하는 것만이 성공인 줄 알았습니다. 지금은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생각대로 살지 않으면 사는 대로 생각하게 된다.” 라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생각한 대로 살기 위해서 열심히 노력했고, 그 생각을 건강히 하기 위해 공부하고 연구했습니다. 그리고 해야 할 것을 찾았습니다.

양식장 일을 돌보면서 굴수협 감사, 한국수산업경영인연합회 거제시 연합회 회장 등 어업인 모두를 위한 일을 병행하다는 것은 몸이 몇 개라도 부족한 일이었습니다. 하지만 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저를 키워준 바다에 보답하기 위해서는 어업인 모두를 위한 일을 해야 했습니다. 점점 그 생각은 사명감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성공이라는 것이 꼭 부를 획득하고, 명예를 차지해야 하는 것은 아닌 듯싶습니다.

어릴 때에는 몰랐습니다. 남 위에서 군림하는 것만이 부이고, 명예인 줄 알았습니다. 이제는 자신의 자리를 지키고, 묵묵하게 한길을 걷고, 주어진 일을 해내려고 노력하는 길이야말로 진정한 성공의 길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한길을 묵묵히 걸어온 수많은 어업인과 이렇게 우리를 키운 부모님이야말로 진정한 성공을 거두신 분들이라 생각합니다.

저는 아직‘성공’이라는 낱말을 담기에는 어려운 나이입니다. 아직 묵묵하게 걸어야 할 길이 많이 남아 있습니다. 조금 더 큰 길을 걸어보려 합니다. 처음으로 아내와 아이들을 모아놓고, 제가 가고 싶은 길에 관해서 하나씩 말해주었습니다. 아내와 아이들은 어업인으로 품은 꿈이니 열심히 해보라고 이야기해주었습니다. 그런 아내와 아이들이 참 고마웠습니다.

더 큰 길에서 더 큰 일을 해보고 싶었습니다. 그렇게 생각하니 지난 삶에 관한 정리가 필요했습니다. 앞으로 가야 할 길, 가고 싶은 길, 또 이루고 싶은 꿈을 정리해 두면, 다시 제 삶을 걸어가는 데 소중한 자양분이 될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지금껏 저를 키운 것은 바다였으며, 앞으로도 바다에서 뿌리를 내리고 살아갈 것입니다. 저와 함께 어깨동무하고 걸어갈 수많은 어업인이 ‘행복’해지는 길을 제가 가야할 이 길에서 찾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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