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제문화예술회관에서 12월 4일에 열린 거제드림싱어즈(단장 김순도) 정기연주회에 다녀왔다. 왕성한 연주활동과 함께 학교, 소외계층을 방문하여 봉사도 게을리 하지 않는다. 매년 대공연장을 가득 메우며 시민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데, 벌써 다섯 번 째 공연으로 해를 더할수록 합창의 화성과 음색이 아름다워지고 있다.

금년 무대는 오페라 카르멘 곡을 주제로 하였다. 카르멘에 나오는 곡을 정선하여 합창으로 표현하였는데, 이 곡의 배경이 되는 ‘전주곡’이 간결한 비트와 장엄한 목소리로 장식하였다. ‘네거리에 가는 사람’은 오페라의 풍경이 보였고, 시간을 때우기 위한 병정들의 거리 구경 장면을 노래할 때는 나른한 목소리가 깔렸다. 아이들의 눈으로 본 병정들의 신기하고 오묘한 교대장면이 묵직하고 강약이 두드러진 톤으로 다가왔는데, 이어서 ‘하바네라’곡으로 사랑은 자유롭게 찾는 것이라는 여리면서 간절한 카르멘의 마음을 설명한 합창이 목소리를 타고 무대를 눌렀다.

‘세기디야-스페인댄스’와 ‘짚시의 노래’에서는 탬버린을 치고 흔드는 짚시 여인 카르멘이 정신없이 춤추는 댄스곡이어서, 작곡가 비제의 손에 들어간 하층민 짚시가 당시 많은 사람들의 비난에도 불구하고 무대에 올려지지 않았으면 지금 우리가 이 무대에서 볼 수 있었을까. 이어지는 ‘투우사의 노래’, 힘차고 장중하며 불굴의 의지로 사지를 헤쳐 나올 투우사의 기상이 여러 목소리가 하나 되어 무대를 중후하게 흔들었다.

다음으로 ‘진달래 꽃’을 비롯한 우리 정서가 가득한 익숙한 음률이 두 번 째 무대를 울렸는데 저마다 가슴에 담긴 소박하면서도 은은한 선율이 우리의 풋풋한 가락을 새삼 느끼게 하였다.

초청된 객원연주자 플루트 배하린, 카르멘 중 주요곡을 엮어서 연주하여 청아한 빛깔로 가슴에 와 닿았다. 바이올린 권오현의 Introduction and Rondo Capriccioso op. 28의 화려하고 오밀조밀한 선율이 상상스의 특유한 향기가 나도록 활을 움직여나갔다. 드림싱어즈합창단은 매년 거제지역 음악가들을 무대에 올려 시민들에게 기쁨을 주고 있으며, 젊은 연주가들에겐 시민들이 보내는 응원을 받는 기회도 된다.

또한 본 단원 중 솔리스트로 나선 소프라노 한혜영은 헨델의 ‘울게하소서’와 ‘신아리랑’으로 지극히 아름다운 심경을 섬세한 멜로디로 마음이 정결해졌다.

끝 무대를 장식한 ‘Wade in de water(강물을 건너며)’는 공연의 압권이었다. 8부 무반주로 진행된 이 곡은 지난 전국거제합창경연대회에서도 발표된 수상곡인데, 이날 아름답게 포장되어 우리들에게 따뜻한 연말 선물이 되었다. 손발을 동원하여 탭과 손가락 튕기기로 악기를 대신하면서 깔끔함을 더했다. 여호수아가 민족을 이끌고 요단강을 건너가며 진두지휘하던 장엄한 장면이 단원들의 목소리로 재현되었는데, 단순한 가사와 선율이 본 합창단을 만나면서 깊은 색채로 다가왔다.

런던로얄필이 연주했던 훅트온클래식을 목소리로 연주한 ‘Go Classic’은 합창으로 가사를 들을 수 있어서 새롭고 또렷한 느낌이었으며, 가사에 맞는 단원들의 위트있는 퍼포먼스는 웃음을 자아내어 즐거움 가득하였다. 연이은 ‘When the Saints go Marching in(성자의 행진)’으로 흥을 배가시켰다. 단원들은 특유의 위트 있는 몸동작을 간간히 보였는데 쌓였던 피로를 풀 웃음까지 선물로 받을 줄이야.

앵콜곡 ‘후니쿨리 후니쿨라’는 청중들의 박수 소리와 함께 흥겹게 연주되었다. 무대를 꽉 채운 관객과 혼연일체가 된 오늘 공연, 아쉬워하는 관객들이 외치는 앵콜이란 우렁찬 목소리는 계속 들려오는데, 공연시간은 벌써 두 시간을 훌쩍 넘겼다.

프랑스와 이태리로 유학하며 다져진 이력에 국내 오페라 무대에서 활동하는 이철훈 지휘자가 본 합창단의 목소리를 설계하고 조련시켜 거제드림싱어즈의 음악무대를 우리들에게 선사하여 참 감사하다.

시민과 함께하는 드림합창단의 힘이 장대 위의 깃발처럼 더욱 표연(飄然)히 느껴지는 밤이었다. 어려운 경제로 추운 마음을 쪼개며 살고 있는 지역에서, 거제드림싱어즈의 멋진 화음은 큰 기쁨과 위로가 되었다.

전 거제기성초등학교장, 서예가 김상수

거제매일뉴스  webmaster@gjmaeil.com

<저작권자 © 거제매일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