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미배낭여행 이야기 (9)

하늘아래 첫 수도 볼리비아 '라파스‘

티티카카 호수 관문도시 뿌노에서 출발한 버스는 ‘카파코바나’를 지나 '평화'라는 이름의 하늘 아래 첫 수도인 볼리비아 '라파스'에 도착했다.

사진 = 가난한 자들의 천국 ‘라파스 산동네’

높은 고도로 코 앞에서 흩어지는 옅은 산소에 고산증세가 되살아나 고통스럽지만 새로운 도시를 만난다는 흥분은 변함없었다. 우리나라 폐차급 승용차들이 내품는 매연으로 하늘은 우중충하지만 남들보다도 먼저 받는 햇살은 어지러울 만큼 쨍하다. 만년설을 머리에 이고 있는 6402미터의 '일리마니' 산마저도 여느 동네에 있는 안산처럼 가깝게 다가올 정도다.

작은 계단하나도 큰 언덕처럼 고스란히 느끼며 거칠게 숨을 몰아 쉬어야 하는 이 곳이기에 여유 있는 자들은 낮은 곳에 살고, 가난한 자들은 라파스의 고도 3650미터 보다 더 높은 하늘을 향해 올라간 달동네에 자리 잡고 있다. 그러나 산 위를 가득 메운 붉은 집들이 '라파스'의 상징이 되었고 관광명소가 되어 있었다.

                          사진 = 마녀시장에서 물건을 파는 볼리비아인

라파스 관광의 실질적인 중심지이자 출발점이라 할 수 있는 '산 프란시스코 광장' 위에 숙소를 정한 나는 고산병을 극복하기 위해 식사를 거르고 오랫동안 안정을 취해야 했다.

다음날 온갖 물건을 다 사고 판다는 ‘마녀시장’을 거쳐 스페인과 남미의 건축 양식이 혼합된 '산 프란시스코 ' 교회와 원주민, 라빠스 시민과 관광객들이 북적이며 활기를 띠는 광장주변에서 이곳 사람들의 삶을 엿보았다. 대체로 볼리비아 인들의 몸집은 우리보다 작았고 피부는 까무잡잡했다. 특히 고깔모자에 쌍갈래로 머리를 땋아 내리고 펑퍼짐한 치마에 보따리를 짊어지고 있는 원주민 여인들의 모습이 많이 보였다.

                    사진 = 산 프란시스코 광장에서 쉬는 볼리비아인들

이어서 찾아간 곳은 '무리요 광장'이다. 처음에는 다른 남미 국가처럼 아르마스 광장이라고 불렀으나 이후 독립전쟁의 영웅인 '도밍고 무리요'의 이름을 따서 부르고 있다. 광장 중앙에 있는 무리요 동상을 중심으로 대통령 집무실과 국회의사당, 박물관. 성당들이 둘러 서 있다. 많은 시민들이 휴식을 즐기고 있었지만 실질적인 주인은 엄청나게 많은 수의 비둘기들이었다.

                      사진= 볼리비아 수도 라파스의 중심 '무리요 광장' 

무리요 광장을 떠나 북쪽으로 약 20분간 올라가면 자갈이 박힌 골목길에 나무 발코니가 멋진 건물들이 만드는 아늑하고 멋진 '하엔' 거리를 만난다. 라파스에서 식민시대의 건물들이 가장 잘 보존된 골목이며 아름다운 거리라고 여행 책에서 강력하게 추천하는 곳이다.

                                사진=가장 잘 보존된 골목 ‘하엔’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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