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미배낭여행 이야기 10

볼리비아 라파스의 ‘영혼의 계곡’

볼리비아는 아직도 달러화의 가치가 강력하게 이어지는 곳이었다. 2000원~3000원이면 하룻밤을 여관에서 잘 수가 있고, 500원이면 고기가 가득한 음식을 먹을 수 있다.

돈 걱정 없이 맘 편하게 여행할 수 있는 곳이지만 밤새 고산병으로 고생한 나는 간식으로 볼리비아인들이 즐겨먹는 마니오카(감자와 고구마의 중간) 튀김과 생수로 아침을 때웠다. 호텔과 가까이 있는 산 프란시스코 사원 앞 큰 길에서 라파스 서민들의 발인 '미끄로(마이크로 버스)를 타고 원주민 언어로 ‘영혼의 계곡’이라고 불리는 곳으로 갔다.

사진=영혼의 계곡 풍경

‘영혼의 계곡’은 도시의 지형이 절구 모양으로 생긴 볼리비아 수도 라파스 중심에서 고도가 낮은 남동쪽 15km 지점에 있는 ‘마라스’에 있다. '라이카코타' 언덕이라 불리는 라빠스 외곽분지 가장 자리에 접하고 있으며 지형이 낮아 계곡 주변에는 주로 라파스의 부유층들이 살고 있다.

사진 =라파스의 부유층들이 살고 있는 ‘라이카코타’ 언덕

언덕 계곡 아래로 높이10m 정도되는 회색빛 흙기둥이 수만 개가 솟아 있다. 어디에서 많이 본 느낌이다. 마치 조선시대 화가 정선이 우리나라 금강산 일만 2천봉을 표현한 옛 산수화 느낌이 들기도 하고, 중국의 장가계와 터키 가파도키아 기암괴석이 연상되는 곳이었다.

사진=산수화 같은 영혼의 계곡 풍경

이곳은 지질학적으로 진흙으로 이뤄진 산이 오랜 세월에 걸쳐 침식되면서 만들어진 곳인데 첨탑과 단애, 온갖 형상의 바위가 미로와 협곡을 이루어 마치 지구가 아닌 어느 외계의 풍광처럼 보인다. 작은 바위산으로 어우러진 회색빛 계곡은 황량함을 넘어서 교묘하게 자연이 빚어낸 거대한 예술품이었다.

사진=영혼계곡을 둘러보는 필자

하늘을 향해서 서 있는 바위들이 오랜 세월 풍우에 시달리면서 각기 다른 모습으로 자신을 들어내고 있는데 원주민들은 바위의 모습에 따라 '좋은 할아버지', '어머니의달', '부인의 모자', '새의 노래' '악마의 전망대' 등의 이름을 붙여 놓았고, 태양의 각도에 따라 계곡의 색깔이 오렌지색, 빨간색, 베이지색 등 여러 가지 색으로 바뀌는

사진=계곡 정상에서 음악을 들려주는 원주민

신기한 모습을 본 원주민들은 오래 전부터 영혼을 볼 수 있는 곳이라 생각하고 이 지역의 피리인 ‘께냐’를 불며 마음을 달랬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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